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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mantic/thought fragments

14_12_16 안녕, 학부시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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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학부 마지막 시험이 끝났다.

 

 

한 4년 전만해도 성적이 개판이든 뭐든 얼른 졸업하고싶다는 생각뿐이었는데

4학년 1학기까지 말도 안되게 엉망으로 학교생활하고, 휴학하고 나서도 계속 정신 못 차리다가

휴학3년 중에 1년 남겨두고 겨우 정신차리고 나서

어차피 이번 학기가 올A+이 나온다고 한들 내 성적엔 큰 영향은 없겠지만

그래도 내가 안 해서 이 모양이었던거지 못 한 건 아니었다는 걸 증명하고

학부를 마쳐야 이후에 뭘 해도 덜 힘들 것 같았다.

 

 

그래서 그 어느때보다 열심히 다녔고, 열심히 공부했다.

 

물론 아직 성적은 안 나왔지만 아마 인생 점수가 나오겠지.

(뭐 이렇게 열심히 안 했어도 워낙 말도 안되는 점수를 받고 다녀서..)

 

 

 

그런데 이번학기가 끝나갈수록 성적이 어떻게 나올까하는 걱정이나 기대감이 들기보다,

강의가 하나씩 종강할 때마다 밀려오는 우울감과 허탈함, 후회가 장난이 아니었다.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첫째로는 처음으로 학교를 열심히, 즐겁게 다니다보니 이제 이런 생활이 끝난다는 것에서 오는 '아쉬움'이 있었고,

또 하나는 앞선 7학기 동안 헛되게 보낸 그 시간들이 너무 '후회스럽고 아깝다'는 생각,

그리고 마지막은 초등학교 때부터 자의든 타의든 어딘가에 계속해서 소속되어 있었는데

이제 이번 학기를 마지막으로 나는 '소속된 곳이 없다는 것'.

 

사실 소속감에 관한 건 이미 나보다 먼저 취업한 동생에게서 익히 들었었다.

언닌 절대 졸업 전에 시험에 붙어야 한다며 졸업하고 나서 6개월 공백이 있었던 동생이

진심어리게 나에게 해줬던 조언이 있어서 대충 예상은 했던 부분이지만

그로 인한 우울감과 불안함이 이렇게 큰 줄은 사실 몰랐다.

 

 

그래도 다행인 건 물론 성적이 나와봐야 아는 거지만 나름대로 학교 시험을 통해서

가 준비하는 시험에 대한 가능성을 확인했고,

그에 대한 약간의 자신감을 얻었다는 게 마지막 학기를 통해 얻은 가장 큰 부분인 것 같다.

 

전공과목과 겹치는 시험과목도 있고 이번 학기에 마지막 정리하는 마음으로 연습과목까지 들은 과목도 있지만

꼭 그 과목에 한정된 게 아니라 겁먹고 있는 (전공과 무관한) 다른 과목들도

결국 열심히 하면, 해보면 별 것 아니라는 걸 느끼게 하는 자신감.

이 자신감 또는 자존감을 이제 제대로 시작할 시험 준비에 끌고 들어가는 게 중요한 것 같다.

 

 

사실 휴학하고 시험을 준비한다고 하면서도 그 시험에 대한 어떤 확신이나 확실한 목표가 없었던 게

공부가 하기싫고 열심히 하지 못한 가장 큰 이유이기도 했지만

나름대로 고등학교 때까진 인정받는 학생이었는데 대학에 오고나서 방황하는 바람에

듣도보도 못한 점수들을 받아보면서 자존감 자체가 엄청나게 낮아진 것도 굉장히 크게 한 몫하고 있었다.

그치만 이제 마지막 학기를 정신차리고 열심히 해보니,

내가 못 했던 게 아니고 안 했던 거라는 게 증명이 된 것 같아서

 

'그럼 이제 뭐든 제대로 좀 해보자,

학부를 이렇게 후회스럽게 보내봤으니까 내 인생에서 더 후회할 시간을 만들 필요는 없지 않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마지막 학기가 끝나면 시원섭섭할 줄 알았는데 그저 너무 섭섭하기만 하다.

그나마 마지막이라고 정신차린 게 정말 다행이라는 생각도 계속 들고.

 

 

어쨌든 이 우울감이 아마 쉽사리 사그라들진 않을 것 같다.

다만 빨리 떨쳐버리려고 하기 보다는 이 감정을 통해

  

내 인생에서 가장 후회스럽고 헛되이 보낸 시간이 될 학부시절을 잘 보내줘야 겠다.




- 2014년 끝자락에, 김 반 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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