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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두운 세상에
부질없는 이름이
반딧불같이 반짝이는 게 싫다.
불을 켜야 한다.
내가 숨어서 살기 위해서라도
불은 켜져야 한다.
찬란한 빛 속에
자취도 없이 사라질 수는 없느냐.
아니면, 빛이 묻은 칼로라도 나를 짓이겨다오.
불을 켜도 도무지 밝지를 않다.
안개가 자욱한 탓인지......
화투불을 놓아도 횃불을 들어도
먼 곳에서는 한 점 호롱불이다.
저마다 가슴이 터져 목숨을 태우고 있건만
종소리처럼 울려갈 수 없는 빛이 서럽구나.
닭이 울면 새벽이 온다는데
무슨 놈의 닭은
초저녁부터 울어도 밤은 길기만 하고─
天地(천지)가 무너질 듯 소름끼치는
百鬼夜行(백귀야행)의 어둠의 거리를
개도 짖지 않는다.
明白(명백)한 일이 하나도 없으면
땅이 도는 게 아니라 하늘이 도는 게지.
죽어 버리고 싶은 마음을 달래어
죽기 싫은 마음이 미칠 것 같다.
어둠을 따라 행길로 나선다.
어둠을 가리키는 손가락이
찢어진 풀벌레같이 떨고 있다.
가냘픈 손가락을 拳銃(권총)처럼 心臟(심장)에 겨누고
가난한 피를 조금씩 흘리면서 나는 가야 한다.
내가 나의 빛이 되어서......
'어둠 속에서', 조지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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