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_09_06 굳은 다짐
▲PEANUTS twitter(@Snoopy)
순식간에 2015년 2월까지의 대략적인 계획이 세워졌다. 오늘 나온 하나의 결과로.
1년 전 오늘 마음을 굳게 다 잡으며 '내년에는 기필코 결과로 보여주겠다! 해낼거다!' 큰소리 뻥뻥치면서 수험생활을 시작했는데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게 조금은 창피하고 허망하다.
내 미래를 결정하는 일이고 내 인생을 만들어 가는 과정이지, 누구에게 보여주려고 하는 건 아니지만 누군가는 보고 있고 어떤이들의 입에서는 일종의 가십거리처럼 또 오르내릴거라는 걸 무시할 수는 없다. 쿨하지 못한 내 성격상 신경이 쓰이기도 하고, 주위에서 나 같은 처지의 사람이 다른 사람들로부터 놀림받는 것도 여러 번 보기도 했고. 그리고 지금 당장은 내년의 내 나이만 떠올려도 숨이 턱턱 막히고 뭔가 아찔하다. 누구말마따나 "수험생이 니 직업이냐?" 그렇지만 슬프게도 "응 내년까진." 이라고 대답해야 할 것 같다. 사실 내가 그렇게 나이가 많은 건 아닌데, 아니 난 아직 어린데. 무엇보다 결과의 보장도 없고 스스로를 자유로부터 억압해야 하는 이 지긋지긋한 생활이 1년 더 지속되어야 한다는 건 참을 수 없을 것만 같은 고통과 답답함으로 다가오지만, 견뎌야지.
솔직히 내 계획에 대한 엄빠의 반응이 생각보다 덤덤하고 긍정적이라서 조금 놀랐다. 계획은 꽤 오래 전부터 혼자 생각하고 있었던건데 막상 가족들한테 이야기 하기가 미안하기도 하고 조금 창피하기도 했었는데, "그래 다시 잘 해봐!" 라며 꽤나 지지해주는 반응이 고맙기도 하고 당황스럽기도 하고 뭉클하기도 하고 미안하기도 하고. 정말 많은 감정이 뒤섞여버렸다. 그래도 가장 큰 마음은 '고마움'.
맨날 이렇게저렇게 싸우고 티격태격해도, 이래서 가족이구나.─는 내가 너무 감동했는가봉가.
어쨌든 지금 마지막 시험 하나를 남겨두고 있는 시점에서 앞으로의 계획을 세웠는데 우선은 남은 하나를 최선을 다해서 보고, 어차피 발표나기 전부터 새로운 계획은 시작이 되니까 여기저기 휘둘리지 않고 잘 실천하도록 정신 바짝 차려야지!
yeah, i should bear and forbear until the last minute.